자유한국당의 갈 길은 새들도 안다

정칼럼 칼럼리스트 승인 2019.01.16 17:51 의견 1

[뉴스브릿지=정칼럼 칼럼리스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찾아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 SNS상에서 이를 비아냥대는 댓글이 빗발쳤다. ‘트윗’은 말 그대로 새 떼가 지저귀는 소리. 그 중구난방의 배설물 같은 트윗 중에서 ‘톡’ 튀는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분은 외과의사다. 정신과의사라면 몰라도” 처음엔 그냥 픽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기발한 정도가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정답이었다. 

새들은 공연히 울지 않는다. 배가 고파 울든 임이 그리워 울든, 귀 기울여 들으면 그 속에 진실이 있다. 새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한당’의 처방은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다. 

새들이 아는 답이니 누군들 모르겠는가? 이미 답은 수도 없이 나왔다. ‘서민을  위한 보수’ ‘따뜻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 ‘가치에 충실한 보수.’ 등등, 차고 넘친다. 여기까지는 개량에 속한다. 그러나 개량만으로 되겠는가? ‘낡은 이념 틀 허물고 ’신 보수‘ 새 집 짖자’ 더 나아가 ‘사이비 보수의 탈을 벗어라’에 이르면 혁명구호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위원장도 “보수의 가치부터 정립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왔던 다양한 전문가들과 다르지 않은 처방전을 제시했다. 과거를 성찰적으로 정리하고 나아갈 방향과 지켜야 할 가치를 정립한 뒤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은 정리한다는 순서다. 

하지만 이 로드맵은 새로운 나중에 누군가를 떠나라고 할 때 순순히 떠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자한당’ 국회의원들의 속셈은 뻔하다. 당분간 납작 엎드려 있다가 다음 총선 때 쯤 되면 문 대통령의 실정이 쌓이고 경제는 나빠지고 북핵문제도 지지부진하면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권을 행사했던 김종인 위원장의 성공사례는 복기(復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특유의 파괴력을 구사하며 전권을 휘두를 때 당내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그즈음 중앙일보 한 칼럼니스트가 민주당 모험의 성공조건은 ‘문재인 당 대표가 끝까지 김종인 체제를 믿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조언은 의심도 받았지만 어쨌든 문 대표는 끝까지 김종인위원장과의 약속을 지켰고 결과는 일부 실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종인위원장 모델에서 자유한국당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지금 같은 애매한 권한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권한을 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금 ‘자한당’의원들이 김병준위원장을 추대하는 것은 마지못한 부분도 있지만 소나기 지나고 나면 자기 누울 자리 하나는 확보할 수 있다는 각자도생의 속셈 때문이다. 이 부분이  외과의사 말고 정신과 의사를 찾으라는 ‘트윗’의 방점이다.   

이런 모습을 한번 가정해 보자. 다음 당권을 탐낼만한 사람 중에 누군가 이상적인 보수정당의 뼈대가 만들어진 다음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을 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을 남기고 훌훌 떠나면? 그리하여 머뭇거리고 남아 있는 사람이 부끄러워 다투어 은퇴를 선언하면? 아마도 자유한국당을 보는 민심은 하루아침에 변할 것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정신과 의사를 찾으라는 새 떼들의 요구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실패는 ‘자한당’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답보로 이어진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건강한 진보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병준위원장의 성공은 ‘자한당’의 환골탈태를 의미한다. 그 자한당의 입에서는 ‘좌빨’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역시 수구꼴통이라는 소리도 듣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출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준위원장의 성동공은 우당지사(憂黨之士)들만의 바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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