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청약·중개신고 셀프차단] 국토부는 서울시로, 서울시는 '나몰라'

윤경제 기자 승인 2019.01.16 15:55 의견 0

 

경기 지역 한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불법거래 단속 활동 모습 (사진=국토부) 

[뉴스브릿지=윤경제 기자]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시스템이 방치한 것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정보수집 활동을 제도화 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정보수집의 주요 기반인 시민제보를 스스로 봉쇄했다는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23일 “이해관계자들끼리 쉬쉬하며 비밀리에 이뤄지는 불법행위의 단서는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에서 나오는데 시민제보 없이 단속하겠다는 건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불법거래 신고시스템을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체제가 무너지건 않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불법거래 신고창구로 지자체를 지정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시 토지관리과가 신고센터가 된다. 그러나 국토부가 안내한 해당 부서의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로 확인됐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신고센터와 신고유형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불법청약하고 우리 부서와는 관계가 없다. 우리는 중개업소 단속을 하는 부서다. 불법청약은 일반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니냐. 주택정책과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규정한 신고대상은 청약통장 불법매매, 떴다방, 분양권 전매알선과 중개행위다. 중개업자와 비중개업자가 엮인 사례가 많다. 다운계약 강요 행위, 다운·업계약서 작성 정도만 중개업소에 해당되는 불법 신고대상일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신고유형에 따라 담당하는 부서는 다르다. 불법중개는 토지관리과가 맡고 불법청약은 주택정책과가 맡는 식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신고센터로 지정하고 지자체는 부서마다 접수 창구가 다른 것이다. 

국토부가 설정한 신고절차는 까다로워 신고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보자는 불법거래 의심 신고양식에 맞춰 시·군·구에 방문접수하거나 우편접수해야 한다. 우편과 방문이 불편하면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가서 전자신고를 해야 한다. 

문제는 제보자가 신고서에 일시, 장소, 불법행위자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불법행위 유형과 이를 입증할 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제보자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도 써야 한다. 신고서는 “익명으로 신고 시 접수가 안되니 반드시 실명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 시민은 “나보고 수사하라는 것이냐. 육하원칙에 맞게 한치에 오차도 없이 써내야 하니 생업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 개인정보도 공개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워 신고를 포기하겠다”고 지적했다. 

사실 국토부 신고 양식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이 요구하는 민원양식에 근접한다. 우리나라 민원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일선 지자체는 민원에 관한 통계도 잡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민원은 남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익명이 보장된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민원이 몰리는 건 법이 요구하는 절차의 까다로움 때문이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제보 절차를 민원수준으로 해 놓으니 시민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불법행위를 단속한다고 하면서 제보 시스템을 방치해 놓은 건 정부의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어렵게 불법거래신고센터를 마련해 놓고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은 신고센터가 있는 지 조차 모른다. 아파트 청약 과열이 예상되거나 실제로 나타나는 지역에 거주하는 동네 상인 혹은 중개업자들은 불법행위가 만연돼 있는 걸 알고 있고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거래를 신고하지 않는다. 신고센터가 있는지도 모르고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자연히 정부나 지자체가 접수한 신고건수도 전무한 상태다.

이러는 사이 부동산 불법거래는 관행으로 굳어졌다. 서울의 한 중개업자는 “우리는 불법행위가 만연돼 있는 걸 알지만 관행이 돼 쉬쉬하며 모른척 하는 것”이라며 “정부단속으로 불법행위를 잡는 건 사실상 어렵다. 단속도 그때뿐이지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 후에 단속하고 처벌하는 일회성 기획단속만 반복해 왔다.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투기-단속-적발-처벌’의 도식화는 부동산 불법 행위자들의 저항을 낳았다. 정부 단속을 피하거나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게 만든 것이다. 단속의 어려움을 말할 때 매번 거론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집단적으로 문을 닫고 숨어버린다”는 단속기관의 하소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단속 당국의 안이한 의식이 부동산 불법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면서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경찰의 정보력과 검찰의 수사력,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력의 상시 조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코엔 뉴스> ⓒ코엔웍스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