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미등기매매)로 수수료 10배 꿀꺽..기업화되는 부동산 불법중개

윤경제 기자 승인 2019.01.16 15:44 의견 0

최근 재개발 등 부동산 호재로 중개업소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 이대역 인근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네이버 로드 뷰)


[뉴스브릿지=윤경제 기자] 불법 중개업자들이 자본과 조직을 갖추고 알짜 분양 단지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관계당국의 단속과 법망을 피해가며 분양 수요가 풍부한 서울 지역에서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불법 중개업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얘기가 재개발 단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포구 재개발 아파트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가 들어서는 염리3구역.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 중인 한 영세상인은 “여기 있는 중개업소 상당수가 조합원 입주권 물량을 몰래 사들이고 있다는 말이 동네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염리3구역은 조합원 입주권 매매가 가능하나 중개업자가 보유하는 건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중개업자들이 중개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조합원과 가계약을 한 후 수요자에게 비싼 가격에 팔고 거액의 피(FEE·중계수수료)를 챙기는 미등기전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등기전매는 등기없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동산은 등기를 통해 매매가 가능한데 미등기전매는 세금포탈을 목적으로 등기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다. 염리3구역의 사례는 중개업자가 조합원 입주권을 등기 없이 보유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높은 가격에 팔아넘기는 경우다. 

겉보기에는 부동산 거래가 조합원 중개업자 수요자 순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개업자가 등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의 입주권이 수요자로 바로 이전된 것처럼 위장된다. 업계에서는 중개업자들의 미등기전매가 ‘찍기’로 통한다. 

합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부터 미등기전매가 심했다. 염리3구역뿐 아니라 2구역도 그렇고 일반 주택도 중개업자들의 먹잇감이 된지 오래다. 서울 지역에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조합원 입주권이라며 실투자액을 제시한 이대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매물들이 미등기전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조합원 입주권을 중개하는 것처럼 보이나 업계 소문이 사실이라면 미등기매물일 확률이 높다”면서 “불법 업자들은 이런 매물 거래를 통해 최대 10배 가까운 수수료를 챙겨간다”고 말했다. 보통 서울에서 5억 짜리 아파트나 주택을 중개하면 수수료는 200만원이 떨어진다. 미등기매물의 경우에는 웃돈이 붙어 수수료가 2000만원 가까이 불어난다고 한다. 

문제는 불법 중개 행위를 단속하는 게 어렵다는 데 있다. 미등기전매 중개업자들이 억 단위의 자본금과 점조직을 갖추고 있어 단속망에 걸려들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마포구 부동산정보과 관계자는 “불법 중개행위 점검을 목적으로 중개업소 한곳을 방문하면 나머지 중개업소 단속이 막힌다. 인근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의 경우 1~2명이 단속활동을 벌이는데 이 인원 갖고는 상시점검이 힘들다. 

이 관계자는 “미등기전매의 경우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과 불시 합동점검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합동점검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등기전매 적발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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